임명동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유 소장 퇴임일에 맞춰 새 헌재소장이 취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청문회가 조속히 열리더라도 청문보고서 채택과 표결이 미뤄지거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헌재소장이 없는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대법원장 자리가 빈 지 40일이 넘어가고 있어 사법부로서는 헌재소장 공백이 더욱 뼈아프다. 지난달 6일 국회가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를 낙마시킨 후 대법원은 안철상 선임대법관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권한대행은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도 공백기를 늘리는 요인이다. 새 대법원장 취임이 늦어지면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안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인선도 줄줄이 뒤로 밀릴 처지다. 안 권한대행이 퇴임할 때까지 새 대법원장이 취임하지 못하면 사상 최초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이끄는 상황을 맞게 된다. 윤 대통령은 아직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헌재가 심리 중인 굵직한 사건으로는 사형제와 유류분 제도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종합부동산세와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헌법소원 등이 꼽힌다. 지난 9월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의 직무 복귀 여부도 헌재의 결정에 달려있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일단 중요 사건을 다루는 전원합의체에서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을 수 있다고 뜻을 모으긴 했지만 실제로 심리와 판결이 활발히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HD현대중공업이 하도급 근로자들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인지, 재직 중인 근로자만 받도록 규정한 세아베스틸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 등 법리다툼이 첨예한 각종 사건의 매듭이 지어지는 시기가 예상보다 한참 뒤로 밀리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은 전국 곳곳의 하급심 판결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두 기관의 수장 공백 사태가 쟁점이 치열한 재판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민경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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